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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칼럼

레드칼럼 269 - 여름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힘, 검정고시를 치르며

다온

144 0 18-08-13 17:10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지나는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이 속에서도 농구를 하겠다고 볼을 잡고 뛰어나가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온도 따위와는 상관없이 건강하게 익은 거무스름한 팔뚝으로 연신 운동장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나면,  30대의 중반을 맞이하는 저는 이제는 청년의 푸를 청(靑) 이라는 단어를 아이들에게 빼았기는 느낌마저 듭니다. 정말 못당할 청소년들입니다.


이 무더운 날의 한복판에 레드 3학년 5, 6학년 선수들은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팔팔한 선수들을 위해 날짜를 그렇게 잡았는지 시험도 8월 8일입니다.
저는 레드 6학년의 담임으로 아침 일찍 선수들의 짐을 챙겨 보내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선수들의 가채점 점수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2시쯤 되었을까요? 한명씩 시험을 마친 선수들의 카톡이 저에게 날라옵니다. 


(카톡)
"하... 코치님 한국사. 너뮤 어룝게 나왔어요."
"그리 어렵더나 ㅜ 수학은?"
"100점입니다"
"!!!!!!!!!!"


(카톡)
찬송가의 한 구절을 짤라서 사진으로 보낸 선수도 있습니다. 찬송가 제목은...
<나의 힘과 능력으로 할 수 없어요>


선수들이 검정고시를 위해 얼마나 긴장하고 열심히 해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긴장과 스트레스로 몸살이 난 선수는 하루라도 더 공부를 하기 위해 저에게 링거를 맞혀달라고도 했습니다. 마음대로 제일 비싼 75000원짜리 링거를 맞았습니다. 검정고시 몰입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각각 다른 선수들에게 죽을 세번 사다주었고, 링거 한방 그리고 자신에겐 삼겹살이 특효약이라 하여 삼겹살도 먹였습니다. 저보다 이것 저것을 실어나른 제 차가 더 고생한 듯도 합니다. 날도 더울텐데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저는 아프다고 링거를 맞혀달라는 선수에게서도, 밥을 제대로 못먹는 선수에게서도 표현하기 힘든 건강함을 느꼈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는데도 건강하다니요. 하지만 생생히 살아있는 눈빛을 보았다면 그 누구라도 저처럼 느꼈을 겁니다. 마치 하루하루의 절실함으로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서 농구를 하는 모습과도 겹쳐 보였습니다. 잠깐 땀이 나더라도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그런 건강함이지요.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는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과 절박함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리 선수들을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자라도록 만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검정고시라는 시험을 당당히 맞이하고 있는 자세는 이미 시험의 결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싯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 됩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한여름 땡볕에서 농구를 하는 선수들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제가 향하던 걸음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때 저는 한 선수가 밥을 제대로 못먹었다고하여 죽을 사러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시동을 켜고 선수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저도 다른 모양으로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검정고시 전날에는 밤 12시까지 선수들을 만나고 아침에 새벽같이 다시 학교로 나와 짐을 챙겨주었습니다. 저도 靑年으로 선수들과 함께 여름나무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희망을 노래하며 무더운 여름 한복판을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고 계신 레드스쿨 모든 코치님의 이야기입니다.
언제나 부릉부릉 선수들을 위해 밤낮 시동을 켜고 계신 레드스쿨 코치님들 저와 함께 여름나무로 자라주셔서 고맙습니다.


노래 한곡 띄워봅니다.
델리스파이스가 부릅니다.
<항상 엔진을 켜둘게>


- 중농 소낙비 코치 드림